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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하는 실험, 실제로 가능할까?

by newinfo5411 2026. 1. 11.

'눈 속에서 하는 실험, 실제로 가능할까?' 관련 사진

지구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인 남극. 바람, 추위, 고립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인간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는 그곳에서 과학자들은 매일같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기지 안의 안전한 실내가 아니라, 설원 위의 야외에서. 누구나 궁금해한다. 눈 속에서 실험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추운 건 둘째치고, 전자장비는 작동하는지, 사람은 견딜 수 있는지, 데이터는 수집할 수 있는지 말이다. 이 글에서는 ‘눈 속에서 하는 험’이라는 말 속에 담긴 실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극지 과학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지 하나하나 짚어본다.

혹한 속 실험, 가능한 이유는 장비가 아니라 사람

남극이라는 환경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 평범한 겨울철 추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남극의 평균 기온은 연평균 영하 30도 이하이며, 겨울철에는 영하 50도 이하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다. 초속 20~30미터의 강풍이 불어오는 날이면 체감 온도는 영하 60도에 육박하고, 눈보라가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 조건 속에서 사람은 장시간 밖에 머무르기조차 어렵다. 숨을 들이마시면 콧속이 얼어붙고, 말을 하면 입술이 갈라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실험을 어떻게 하는 걸까? 정답은 단순하다. 실험이 가능하게 하는 건 최첨단 장비 이전에 ‘사람’이다. 극지 실험은 한 명이 아니라 팀이 움직이는 과학의 공동체적 실천이다. 야외 실험을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2인 이상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인다. 기지 내부에서 기온, 바람, 시야, 습도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출입 허가를 받는 것도 의무다. 긴급상황에 대비한 구조 계획, 통신 장비, 비상 식량, 응급 약품까지 빠짐없이 챙긴 뒤에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외부 활동은 대개 1시간 이내로 제한되며,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방한 장비도 필수다. 내피, 중간복, 외피를 포함한 3중 레이어 의복에 더해 얼굴 전체를 덮는 방한 마스크, 고글, 이중 장갑, 방설화를 착용한다. 장비 하나를 작동시키는 데조차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야 할 때도 많다. 한 사람은 장비를 다루고, 다른 한 사람은 주변 상황을 감시하며 동료의 상태를 확인한다. 즉, 실험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철저한 훈련과 팀워크, 그리고 사람 사이의 ‘신뢰’다. 예컨대, 세종기지에서는 최근 오존 관측 장비의 교체 작업이 진행됐다. 당시 기온은 영하 35도, 바람 세기 초속 25미터, 시야는 50미터 이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팀은 장비를 들고 눈보라 속으로 나섰고, 약 90분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보다 더 중요했던 건 서로의 체온 유지, 정신적 이상 유무 체크, 그리고 사고 없는 귀환이었다. 남극에서는 실험이 ‘성공’하는 것보다 ‘무사히 끝마쳤다’는 사실이 훨씬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렇듯 눈 속에서 실험이 가능한 이유는 냉혹한 자연을 ‘극복’하는 장비가 있어서가 아니라, 위험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며 끝까지 나아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측정되는 데이터, 결국 지구의 미래를 좌우한다

눈 속에서 수행되는 실험은 단순히 과학자의 탐구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구 전체,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데이터 수집이다. 남극은 지구의 기후 변화를 감지하는 데 있어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지역 중 하나다. 대기 중 오염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변화의 시작점을 관측하기에 적합하며, 빙하와 바다는 과거 수십만 년의 기록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남극 야외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단순한 측정을 넘어선 ‘지구 관측의 최전선’인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존층 관측이다. 1980년대 남극에서 오존 농도 급감이 발견되었고, 이는 곧바로 전 세계에 경고를 보내는 신호탄이 되었다. 남극의 데이터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촉진시켰고, 전 세계가 프레온가스 사용을 줄이게 만들었다. 이처럼 작은 장비 하나에서 출발한 데이터가 결국 전 세계 환경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관련 실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빙의 속도, 빙하의 밀도 변화, 바닷물 염분과 수온의 미세한 변화, 이산화탄소 농도, 미세먼지 이동 경로 등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집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은 AI 기반 기후 모델링에 적용되고, 기후 위기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다. 이처럼 야외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는 직접적으로 세계의 정책, 경제, 환경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험 장비 역시 이 극한의 환경에 맞춰 특별 제작된다. 대부분 영하 60도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되며, 방수·방풍·방진이 기본이다. 센서와 전자 기판은 저온에서도 오류 없이 작동하도록 특수 재질로 구성되어 있고, 배터리는 급속 방전 방지를 위해 이중으로 설계된다. 이 장비들을 작동시키고 유지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바깥으로 나간다. 장비 점검, 데이터 백업, 시료 회수, 보정 작업은 자동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야외 실험은 단순한 측정을 넘어선 ‘지속적인 관찰’이며,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과학이 가장 중시하는 원칙 중 하나다. 눈 속 실험이 지구를 바꾼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 일상에서 접하는 날씨, 미래의 에너지 전략까지 연결되어 있다.

실험이란 이름의 생존 기록, 공존을 위한 과학

눈 속 실험이 단지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렀다면, 아마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실험은 늘 성공하지 않는다. 장비가 고장 나기도 하고, 날씨가 갑자기 바뀌어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실패 속에서도 연구자들은 ‘다음’을 준비한다. 남극에서의 실험은 위대한 발견보다는 ‘반복’과 ‘지속’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날마다 같은 위치에서 온도와 습도를 기록하고, 똑같은 장비의 수치를 확인하며, 매년 같은 위치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작업. 이런 끈질긴 일상이 결국 거대한 기후 데이터로 누적된다. 이 과정을 지탱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람을 지탱하는 건,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감정과 연대다. 남극의 실험은 추위보다 외로움과 싸우는 과정이며, 자연과 다투기보다는 기다리는 태도다. 바람이 불면 기다리고, 날이 개면 다시 나가고, 실패하면 다음을 계획하는 것. 그 모든 순간들이 실험의 일부다. 남극에서의 실험은 자연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는 단지 과학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전체가 함께 놓여 있다. 눈 속에서 하는 실험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측정 작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구에 대한 애정, 인류에 대한 책임,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겸손함이 담겨 있다. 과학자들이 차가운 설원 위에서 장비를 조작하고,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데이터를 모으는 그 순간은 단지 과학이 아니라 삶의 형태다. 극한의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이 실험들은 인간이 지구와 대화하고 있다는 가장 진실된 증거다. 그리고 그 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