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에서 일한다고 하면 흔히 과학자나 기후 연구자만을 떠올리지만, 실제 남극 기지 운영에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학 비전공자, 즉 인문·사회·예체능·실무 중심 학과를 전공한 사람도 남극에서 일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이 글에서는 비과학 전공자가 지원할 수 있는 남극 근무 직무부터, 실제 채용 사례, 그리고 준비 방법까지 현실적인 정보를 정리해본다.
과학 전공이 아니어도 가능한 남극 근무 직무
한국 극지연구소를 비롯한 각국의 남극 기지는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다. 수십 명의 인원이 생활하고, 시설을 유지하며, 일정 기간 동안 자급자족해야 하는 ‘작은 도시’에 가깝다. 따라서 과학자 외에도 다양한 실무직 인력이 함께 파견되며, 그중 상당수가 비과학 전공자로 채용된다. 대표적인 직무에는 조리사, 의무 담당자(간호사, 응급처치 요원), 행정 및 물류 담당자, 기지 운영 요원(전기·기계 설비 관리), 촬영 및 콘텐츠 기록 담당자, 통역 및 문서관리 인력 등이 있다. 실제로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남극 기지의 급식 담당 조리사로, 응급구조학과 출신이 기지 응급처치 요원으로, 문헌정보학과나 행정학과 출신이 문서관리 및 기지 행정 지원 인력으로 근무한 사례가 있다. 2026년 현재 한국 극지연구소는 연 2회 이상 비과학직군 인력 채용 공고를 정기적으로 내고 있다. 모집 분야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과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근무가 가능하다. 특히 영상기록 및 미디어 콘텐츠 제작 분야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자들의 관심이 높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제작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학 커뮤니케이터 출신이 단기 프로젝트 요원으로 파견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전기·기계·토목 분야의 기능직 종사자, 간호·보건계열 졸업자, 일반행정 경험자, 국제협력 관련 경험자 등도 충분히 남극 기지 근무가 가능하며, 직무에 따라 오히려 과학 전공자보다 실무 능력이 더 중시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남극은 '과학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운영과 생존의 공간'이기 때문에, 비과학 전공자도 중요한 일원이 될 수 있다.
지원 자격과 필요 역량은 무엇일까?
과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남극 근무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 직무에 따라 필요한 자격증, 실무 경력, 적응력, 신체 조건 등이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조리사 직무는 보통 한식 조리사 자격증과 2~3년 이상의 단체급식 경력이 요구되며, 실제 남극 기지에서 수십 명의 식사를 하루 세 번 책임지는 체력 소모가 큰 직무다. 의무 담당자의 경우 간호사 면허증, 응급처치 자격, 실무 경험이 필요하며, 기지의 심리안정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하다. 행정, 통역, 문서, 콘텐츠 직무는 별도의 면허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문서 작성 능력, 보고서 처리, 일정 관리 능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요구된다. 특히 극지 환경에서는 외부와의 통신이 제한되기 때문에, 자율성과 복합 업무 처리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남극 기지 근무는 장기간 고립 생활과 단체 생활이 병행되므로, 모든 지원자는 신체 건강 상태, 스트레스 적응력, 공동체 생활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면접 과정에서는 전공보다도 지원자가 해당 환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실제 근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중시한다. “장기간 혼자 또는 타인과 생활한 경험이 있는가?”, “밀접한 공간에서 타인과 충돌 없이 생활할 수 있는가?”, “극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남극 근무 면접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직무 수행 능력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적응력을 평가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부 직무는 일정 기간의 적응 훈련 및 교육을 선발 후에 받게 되며, 파견 전 의료검진, 체력 테스트, 심리 검사 등을 모두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남극 기지로 출발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가고 싶다’는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며, 철저한 준비와 생활에 대한 이해, 팀워크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비과학 전공자가 준비해야 할 현실적 전략
비과학 전공자의 남극 진출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전공이나 경력을 극지 근무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디어 전공자는 기지 내 영상기록, 사진 콘텐츠 제작, 외부 홍보자료 편집 업무와 연결 지을 수 있고, 행정학 전공자는 회계관리, 보고서 작성, 물자 통제 등의 운영 업무를 맡을 수 있다. 사회복지학이나 상담학을 전공했다면, 팀 내 갈등 관리, 심리적 안정 지원 등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채용 공고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극지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나라일터, 알리오, 극지 관련 커뮤니티 등을 통해 채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모집 기간은 일반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뉜다. 모집 분야는 매해 변경되므로 사전에 과거 채용 사례를 분석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에는 단순히 ‘남극에 가고 싶다’는 열정보다는, “어떤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비과학 전공자의 경우, 본인의 경험과 역량이 해당 환경에서 어떻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봉사활동 중 고립된 환경에서 자원 배급과 보고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어, 남극 기지 내 물자 통제 및 운영 보조 역할을 자신 있게 수행할 수 있다”는 식의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실무 경험 외에도 극한 환경에 대한 심리적 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면접이나 자소서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캠핑, 산악 훈련, 장기 해외 체류, 다국적 팀 프로젝트 등의 경험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남극은 과학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현장에는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팀을 이뤄 일하고 있다. 당신의 전공이 과학이 아니라 해도, 남극은 열린 공간이다. 조건을 갖추고, 방향을 찾고, 전략적으로 준비한다면 누구나 그 눈부신 얼음 위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