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극은 지구에서 가장 고립된 대륙이며, 기후와 생활 여건이 계절에 따라 극적으로 변한다. 일반적인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 조건 속에서 사람들은 여름과 겨울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특히 남극 과학기지에서 근무하거나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계절은 단순한 날씨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름은 활기차고 개방적인 시즌이며, 겨울은 고립과 침묵의 시간이다. 본 글에서는 남극의 여름과 겨울 생활이 얼마나 다른지를 기온, 빛, 활동 방식, 심리적 영향 등을 중심으로 상세히 비교해본다.
기온과 일조 시간, 환경 조건의 차이
남극의 여름은 대략 11월부터 2월까지로, 이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다. 남극 대륙 전체가 따뜻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해안가에 위치한 주요 과학기지의 경우 평균 기온이 -2도에서 +5도 사이를 오간다. 세종과학기지나 맥머도 기지처럼 해안 인근에 위치한 기지들은 여름 동안 일시적으로 얼음이 녹기도 하고, 간헐적인 비가 내리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남극의 태양이 거의 지지 않아 24시간 햇빛이 이어지는 백야 현상이 발생한다. 밝은 환경은 사람들의 생체 리듬을 바꾸고, 야외 활동과 연구를 가능하게 만든다. 반면 겨울은 3월부터 10월까지이며, 이 시기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남극 중심부는 영하 6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도 겨울에는 -20도에서 -35도 사이를 기록하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일조 시간이다.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발생하여, 며칠에서 수개월간 완전한 어둠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 어둠은 단순한 빛의 부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신체와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이다. 여름에는 일부 해빙 지역이 생겨 야외 탐사와 장비 설치, 표본 채집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겨울에는 바깥 출입이 거의 불가능하고, 기지 내부 활동에 제한된다. 바람은 시속 100km 이상으로 불기도 하며, 시계가 1m 이하로 떨어지는 백아웃(white-out) 현상이 빈번하다. 외부 활동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생존 자체를 위한 보수적 전략이 필요하다.
기지 운영 방식과 일과 패턴의 변화
여름철에는 남극 과학기지가 가장 활기차다. 여름 동안에는 다양한 국가의 과학자, 엔지니어, 현장 지원 인력이 남극으로 파견되어 연구와 공사를 동시에 수행한다. 세종기지의 경우 여름철에는 60명 이상이 머물며, 연구·보급·정비·신규 설비 구축 등 다방면의 활동이 동시에 진행된다. 장보고기지도 여름에는 대규모 장비 운송과 함께 새로운 실험 장치 설치, 드론 조사, 해양 관측 활동이 진행된다. 모든 인력이 분업화되어 움직이며, 식당, 연구동, 생활동이 활기를 띤다. 하루 일과는 오전 7시 기상, 오전 8시 업무 시작, 오후 6시 종료를 기준으로 하며, 야외 활동은 날씨에 따라 조정된다. 24시간 밝은 환경 속에서 생체 리듬이 불규칙해질 수 있어, 조명 사용과 생활 시간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 장비 가동 시간과 야외 실험도 이 일정에 맞춰 운영되며, 무리한 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브리핑이 매일 이루어진다. 반면 겨울철에는 대부분의 인력이 철수하고, 극소수의 월동대만 남게 된다. 세종기지나 장보고기지에는 보통 17명~24명 정도가 남아 기지를 유지하며,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채 생활한다. 이들은 기계·전기·조리·의무·행정·연구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기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한다. 하루 일과는 여름보다 단순하고 규칙적이며, 외부 일정보다는 내부 점검과 데이터 모니터링, 설비 유지 관리 중심이다. 오전 9시 업무 시작, 오후 5시 종료, 이후에는 정해진 레크리에이션 시간, 독서, 영화 감상, 체력 단련 등의 개인 시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극야 환경에서는 활동과 정서가 정체되기 쉬워, 모든 팀원이 함께하는 공동 활동이나 정서 회복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기지 내 TV, 라디오, 보드게임, 운동 기구 등이 주요한 여가 수단이며, 제한된 인터넷 환경에서도 가족과 연락을 유지하는 것이 심리 안정에 큰 역할을 한다.
심리적 변화와 인간관계의 계절별 특징
남극의 계절 변화는 단지 외부 환경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관계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 여름철에는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기 때문에 다소 혼잡하고, 의사소통과 협업에서 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다양한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새로운 연구팀이 도착하거나 철수하며, 업무량도 많아 활력이 넘친다. 새로운 정보를 주고받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레 동료애가 형성된다. 반면 겨울철에는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되고, 동일한 인원과 장시간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관계의 질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크다. 극야 환경은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키며, 우울감, 무기력, 소외감, 수면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지 운영팀은 정기적인 심리 검사를 시행하고, 구성원 간의 대화 촉진 프로그램, 생일 및 기념일 행사 등을 계획적으로 운영한다. 각자의 역할 수행 외에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상태를 살피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남극 겨울 생활의 핵심이다. 특히 고립감과 외로움을 줄이기 위한 작은 이벤트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제를 개최하거나, 기지 내에서 요리대회를 열고, 특별한 날에는 기지장 주도의 공식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는 단절된 공간 속에서도 인간적인 온기를 유지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남극에서의 생활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띠며, 각각의 시즌은 고유한 의미와 도전 과제를 가지고 있다. 여름은 활동의 시간이며, 겨울은 내면과 공동체의 시간이 된다. 남극의 생활은 단순히 춥고 불편한 환경을 이겨내는 것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한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