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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4시간 남극 연구소 밀착 취재기

by newinfo5411 2026. 1. 21.

하루 24시간 남극 연구소 밀착 취재기 관련 사진

극한의 자연 환경, 해가 뜨지 않는 겨울, 시속 100km의 칼바람. 이런 남극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 극지연구소 세종기지에서는 과연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남극에서의 하루는 단순히 ‘색다른 경험’이 아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업무와 공동생활, 돌발 상황과 과학적 호기심이 뒤섞인 밀도 높은 시간이다. 이 글에서는 남극 연구소의 하루 24시간을 시간대별로 따라가며, 실제 근무자들의 생활 리듬과 연구 활동,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리얼한 순간들을 생생하게 밀착 취재 형식으로 전한다.

06:00~12:00, 얼어붙은 아침과 과학의 시작

남극의 하루는 대부분 오전 6시 무렵에 시작된다. 기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아침 식사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할 준비가 이루어진다. 조리 당번이 준비한 따뜻한 국과 밥, 빵과 계란 등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연구팀과 운영팀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움직인다. 이 시간대는 가장 많은 야외 작업이 집중되는 시간이다. 낮 시간이 짧은 겨울에는 오전이 유일하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후 관측 팀은 아침 7시 전후로 외부에 설치된 측정 장비 상태를 점검하고, 기온·풍속·자외선 등 데이터를 수집한다. 해양 연구팀은 해안 근처에서 샘플링 작업을 진행하며, 일부는 드론을 활용한 상공 촬영 임무를 수행한다. 매일 오전 10시에는 팀별 간단한 회의가 열린다. 전날 수집한 데이터의 정리 상황을 공유하고, 오늘의 관측 포인트와 예상되는 날씨 변화, 장비 점검 계획 등을 조율한다. 이 시간대는 과학적 탐험과 전략적 계획이 맞물리는 중요한 구간이다. 한편, 시설 유지보수 팀은 기지 내의 전기, 난방, 정수 시스템 등을 점검한다. 마이너스 30도 이하의 날씨에서 전력이나 수도에 문제가 생기면 곧장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업무는 ‘안전한 하루’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이른 아침 기온은 영하 25도에서 35도 사이로 떨어지며, 출근 전에는 반드시 방풍복, 방한장갑, 고글 등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단 5분만 맨손으로 외부에 나가도 동상 위험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야외 작업 전 준비 절차가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이처럼 단순한 이동조차 하나의 ‘작전’처럼 운영되는 점이 남극 생활의 또 다른 특징이다.

12:00~18:00, 데이터와 협업이 만나는 오후

점심식사는 보통 12시 정각쯤 시작된다. 식사 메뉴는 단순하지만 따뜻한 국물 하나로 체온을 유지하며, 구성원 간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간단한 유머, 짧은 뉴스 공유, 가족 이야기 등도 오가는 이 시간은 연구와 생존 사이의 긴장을 잠시 풀어주는 소중한 쉼표다. 오후에는 대부분 실내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연구팀은 오전에 수집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생물 표본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위성 자료와 현장 데이터를 비교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 일부 팀은 원격 회의를 통해 본사와 자료를 주고받으며 실시간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운영팀은 기지 내 각종 시스템 모니터링과 보급 물자 정리, 다음 주 일정 수립 등을 맡는다. 특히 남극에서는 항공편이나 물자 수송 일정이 기상 조건에 따라 자주 바뀌기 때문에, 끊임없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 시간대에는 각종 정비 작업, 비상 상황 대응 훈련, 외부 통신 점검 등도 포함된다. 예기치 못한 장비 오작동이나 기상 악화에 대비해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훈련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한 명 한 명의 판단과 움직임이 전체 기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두가 집중력을 유지한 채 업무에 임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극 연구소의 오후 시간에는 전공별 협업이 특히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해양 생물 연구자는 빙하 팀과 협력해 시료를 채취하고, 기상 관측 팀은 위성 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자료를 해석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서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협력하는 환경은, 국내 연구소와는 또 다른 ‘현장 중심 과학’의 매력을 보여준다.

18:00~24:00, 고요한 남극 밤과 작은 공동체의 온기

저녁 식사 후에는 비교적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기지 내 근무는 완전히 멈추지 않는다. 당직자는 난방, 전력 공급, 실시간 기상 자료 전송 상태를 확인하고, 야간에도 이상 징후가 없는지 순찰을 돈다. 연구팀 중 일부는 낮 시간에 하지 못한 자료 정리를 계속하거나, 다음 날 실험 준비를 위해 시료를 선별하고 분류한다. 또 다른 이들은 기지 내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거나, 공용 공간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과 독서 등으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이 시간은 인간적인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거나, 가족과의 영상통화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남극의 밤은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생존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유대감이 존재한다. 밤 11시 이후가 되면 대부분이 개인 숙소로 돌아가며 휴식을 취한다. 각자의 공간은 작고 단순하지만,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한 안식처다. 이처럼 남극의 하루는 극한 속에서도 사람의 일상과 따뜻한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임을 보여준다. 남극 연구소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업무 일정이 아니다. 그것은 생존과 과학, 협업과 인내, 인간관계와 감정이 교차하는 진짜 ‘삶’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긴장과 유대가 공존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기록하고 성장해나간다. 만약 여러분이 남극에 간다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건 차가운 얼음일지 모르지만, 그 속엔 누구보다 뜨거운 사람들이 존재한다.